오늘 마음에 드는 가방을 남자친구한테 선물했다.
멤버십 옆자리 오빠가 샀다며 파란 백팩을 보여주는데 한눈에 예뻤다. 무언가로 코팅된 푸른 천이 딱 알맞게 윤이 나고 튼튼했다. 이 파랑은 꿉꿉하게 어둡지 않고 점잖고 시원한 톤이었으니, 파란색에 약한 나로서 꽂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머지의 진갈색 끈이나 가죽 디테일들과 잘 어울렸다. 내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크기는 키 백팔십의 남자 등판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보였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진 않는다고 했다. 물건을 넣어도 형태가 망가지지 않을 만큼 다소 단단한 게 낯설었지만, 도시적이고 늘상 매기에 예쁘니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패드가 들어 간 어깨 끈은 두툼하고 등에 닿는 면은 노트북을 넣으라고 휘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신 쿠션이 올록볼록 푹신했다.상단에서 가방을 감싸는 천 벨트는 캐주얼했고, 금속과 가죽 디테일 덕분에 약간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었다.
그러니 내 남자친구가 흰 운동화 말고 가죽 로퍼나 워커를 사서 같이 매어주었으면 싶었다. 신발부터 가방까지 옷 잘 입은 남자친구! 상상은 기분이 좋다. 올해 막 후하게 마음을 쓰고 좋은 여친이 되어 버릴까? 가격에 비해서 비율이나 소재나, 완성도나 여러모로 빠지는 데가 없지 않은가?
만져보고 열어보다가, 무게까지 적당하면 아무래도 사야겠어서 주인에게 안에 담긴 소지품까지 다 빼고 한 번 매어 보겠다는 미안한 부탁을 했다. 아! 그 때 본 지퍼. 잠겼을 때 지퍼 이빨들이 고양이의 앞니마냥 가지런히 천 속으로 숨는 것은 너무나 깔끔하지 않은가. 지퍼를 보고 마음이 넘어갔다. 그리고 열린 가방 속의 오밀조밀 짱짱한 뱃속 구성물들이 외쳤다. '나를 사! 나 가격에 충분한 퀄리티야. 뱃속도 예뻐'
이 긴 관찰과 고민에 비하여 결제하기 왜 그렇게 간단할까? 대전에 있는 남자친구 연구실로 바로 배송시켰다.이제 내게 남은 것은 택배 어플로 쓸데없이 언제 도착하나 확인하기, 새 학기에 가방 맨 오빠를 만나 데이트하기.
물건을 곱게 다루는 오빠가 또 이건 몇 년이나 쓸까 궁금하다. 낡아가는 가방을 볼 때 마다 고맙겠지. 그러니 제발 오래 써도 좋은 가방이었으면. 그리고 잘 어울렸으면. 사실 내 눈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Dobby is a monitor-elf, like the house elf from the novel, ‘Harry Potter’, who is attachable to back side of the laptop. Dobby suggests a totally new way of interaction between human and computer, as it moves in between the physical and the virtual world naturally. It actively reacts to both of the real world input and the virtual input from the monitor.
요새 페퍼톤즈 노래만 듣고있다. '겨울의 사업가'가 제일 좋다.
노래에 엄청 커다란 설레임이 있다. 아마 페퍼톤즈의 개인적인 노래일 거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같이 음악을 하기로 결정했던 눈 내리는 토요일 오후의 이야기가 아닐까.
나로서는 이 노래를 들으면 열 여섯살 때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첫 아침을 맞았을 때랑 비슷한 정서가 떠오른다. 잠에서 깨자 아침 기상음악으로 Sweet box의 'life is so cool'이 나왔다. 지금도 Life is so cool을 들으면 굉장히 구체적인 설레임이 밀려온다. 이른 시간, 어색함, 맑은 정신, 청량한 긴장감이 있는 공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노래가 같이 입학한 동기들 거의 모두에게 크게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여러 사람들과 공감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내가 혼자 작아진 듯 외로울 때도 그 노래를 들으면 위안이 된다. 공통의 정서에서 오는 위안. 하지만 초심을 일으키는 효력이 닳아 없어질까봐 아껴서 듣는다.
음악으로 공감하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이장원씨랑 신재평씨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싶다. 어떤 색깔 코트를 입고 거리로 나갔어요?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저 그림처럼 포토샵으로 막 칠한거 말고, 부푼 가슴으로 축복같은 눈을 맞는 젊은 청년 둘을 그리고싶다.
친구 따라 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페퍼톤즈 옥상달빛 공연에 갔다.
오늘은 과제를 제출하고 저녁 먹을 의욕도 없이 누워있던 학기말 금요일이었다.
상큼하고 재미났던 옥상달빛에 비해서 첫인상은 심심해 보였던 페페퍼톤즈.
음악를 들으니 설렜다. 말하는 걸 들으니 정이드는 매력쟁이 밴드였다.
정신이 음악을 타고 즐겁게 멀리 갔다가 돌아온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한 두 곡 더 해줬으면 하고 바랬는데, 아쉽게 앵콜 한번에 끝나버린 무대였다.
모교 공연이었는데 섭섭하지 않았을까. 두번째 앵콜을 하면 또 나올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일어나버렸다ㅠㅠ
방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이것 저것 검색해서 보다가 어떤 라이브 영상에서 이런 자막을 읽었다.
"대학시절 공강시간, 잔디밭에 누워 시간을 보내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 담긴 여유가 바쁜 하루하루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자극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신재평
내 지친 감성에 진심 좋은 자극이 되었다. 신재평씨 기뻐해주세요.
팬클럽 가입했어요.